최근 집안에 유래 없는 충수염이 생겨 복강경 수술을 통해 충수를 제거하게 되었다.
충수염이란 맹장 끝에 6~9cm 길이로 달린 충수돌기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맹장염이라고 불리는데, 이것은 잘못된 명칭이다.
암튼 처음에는 복통이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충수염으로 의심하지 않았다. 되려 열이 38.8도 까지 올라가고 몸살 기운이 있었기에 신속항원 검사 먼저 진행했고, 신속항원 검사 음성 확인 후 회사 근처 내과를 방문했다. (사실 병원부터 직행했지만 병원에서 37.5도 이상 환자는 코로나 신속항원 음성 결과가 있어야지 외래가 가능하다고 했다.)해당 병원에서 급성 충수염 소견으로 상급 병원에서 CT촬영을 권유받았다. 원래는 가장 가까운 경기도 의료원 이천병원을 갔을테지만, 4월 중순 기준 해당 병원은 외래부터 코로나 환자만 내원할 수 있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세종 여주 병원을 가게 되었다.
집이 강남인지라 서울 혹은 분당 쪽에 위치한 상급병원에 가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었지만, 분당 서울대 병원은 전화를 해보니 외래 진료시간에 도착을 못하면 수술을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소위 매스컴에서 다뤄지는 "맹장염(충수염)"의 극심한 고통과는 나의 상태가 확연히 달랐기에 "만에 하나"라는 심정으로 확인차 가는 기분이었고, 다시 회사에 복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인 "세종여주병원"을 선택했다.
▶ 진단 과정 및 입원 과정
아픈 시점부터 수술 시점까지 충수염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아주 여유로운 스케줄을 소화했다.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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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항원 검사 음성 확인 후, 복통과 발열로 인해 방문한 동네 내과 방문.
복통을 느끼는 위치가 보통 충수염이 걸린 사람보다 조금 위쪽이긴하나, 급성 충수염이 의심되어 상급 병원에서 CT 촬영 권유 |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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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경, 세종 여주 병원 도착.
조영제를 이용한 CT 촬영 및 피검사 진행. 맹장의 위치가 CT 촬영으로는 판독이 어려움. 보통 충수염 환자의 하복부를 눌렀다 뗄 때 반발통이 있지만 그러한 점도 발견하지 못함 마감에 가까운 시간으로 피검사 결과 확인은 못함 다음 날, 외과 외래를 와서 피검사 결과 확인 및 초음파 검사를 하도록 권유 받음 |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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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반 경, 세종 여주 병원 도착
화요일에 진행한 피검사 결과, 염증 수치가 7이 넘는 수치로 높음 CT 촬영도 재판독 되어서 급성 충수염으로 의심 초음파 검사를 통해 급성 충수염으로 확정 마취 과장님 퇴근으로 당일 수술이 어려움(?) 다음 날 수술하기로 하고 입원 시 필요한 준비물 전달 받음 |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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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개인 수저, 슬리퍼 등등..)을 챙겨 입원
신속항원/PCR 검사 진행하고, 신속항원 음성 확인 후 임시 병동에 입원 (다음 날 PCR 검사 결과 확인 후 일반 병동으로 이동 가능) 수술 시간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임시 병동에서 대기 오후 1시 반에 수술 |
▶ 수술 과정
수술 전
수술 전에 하는 것은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우선 바늘 크기가 대단한 링거를 꼽는다. 실제로 조영제를 몸에 넣을 때 쓰는 바늘과 동일한 크기라고 했다. 조영제 같은 건 점성이 조금있어서, 원활하게 넣기 위해 바늘 구멍이 굵다고... 난 이미 2일 전에 CT 촬영 때 조영제 이용으로 몸에 큰 바늘을 꼽았었는데, 하필 그 때 간호사 분이 한 번 혈관 터트려서 몸에 바늘 꽂을 적절한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더 아프고 불편한 곳에 링거를 꼽았다.
순서 상 헷갈리는데 링거 꼽기 전?후?로 항생제 알러지 검사를 한다. 이는 장 수술 시 몸 속에 항생제를 투여하기 때문인데, 나같은 경우는 10년 전 쯤 축농증으로 환절기 마다 복용하던 "태극세파클러캡슐"이 어느 순간 전신 알러지 반응이 생겼다. 그 후 항상 병원 갈 때마다 약에 알러지 반응있다고 말하는데, 여기서 투여하는 항생제도 세파계열이라서 알러지 반응 확인 시 조금 더 긴장되기도 했다. 다행히도 10년이라는 시간은 나의 몸을 바꿨는지 링거형태/경구형태 모두 알러지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머리를 묶어주신다....
목요일 9시에 내원했는데 신속항원/PCR 검사하고 수술 시간이 확정되지 않아, 임시 병동에서 무기한으로 기다렸다. PCR 검사가 음성으로 나와야지 일반 병실로 옮길 수 있다. 아직도 비효율적이라고 느끼는 부분은, 난 수술하는 날 당일 기준으로 전날, 전전날 이렇게 양일 간 병원을 방문 했는데, 그 때 PCR 검사하고 가라고 했으면 바로 입원과 동시에 일반 병실에서 보냈을텐데, 굳이 수술 당일날 검사해서 하루를 임시 병동에서 보내게 했다는 것이다. 임시 병동에 3명+보호자까지 있어서 그런가, 유독 옆의 아줌마가 너무 시끄러워서 그런가 그냥 그 상황이 너무 짜증났다.
이런 모습을 보니 아주 어렸을 적에 입원했을 때 기억이 떠올랐다. 너무 심심해 혼자 묵찌빠하다가 손에 힘을 주어 피가 거꾸로 솟는 경험을 했고, 혼자 침대에서 노래부르며 뛰어놀다가 링거 꽂은 부위를 링거 위치보다 높게 들어 몸의 피가 링거 쪽으로 역류하는 경험도 했다. 암튼 어렸을 때 기억으로 호들갑 떨지 않고 바로 간호사님을 불렀다... 오셔서 주사기를 통해서 식염수를 넣어 피를 다시 내몸으로 밀어 넣어주셨다. 사실 이 때 안밀리면 혈관 막힌 것으로 다시 정맥라인을 잡아야한다. (= 주사 바늘 다시...)
이런 식으로 놀다보면 수술 시간이 다가와 있고, 지혈제 주사를 엉덩이에 맞고 수술실에 들어가게 된다.
수술 후
수술실의 기억이 굉장히 짧다...; 수술실에 들어가자마자 못움직이게 묶고 호흡기 차고 나니 전혀 기억이 안난다...
수술하는 방법을 제대로 찾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다가, 수술 후 소독과정에서 내 배에 구멍이 몇개 뚫였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배꼽, 배꼽 밑 팬티라인, 왼쪽 팬티라인 이렇게 3개가 뚫려있다.
복강경 수술은 구멍을 뚫어서 배에 공기를 채워 공간을 확보한 후 내시경을 넣어 모니터를 통해 수술을 하는 것으로, 기존 개복 수술보다 회복기간이 짧다. 일반적으로 많은 병원에서 3개~4개를 뚫어서 수술하지만, 배꼽만 뚫는 단일공 수술도 있다. 여자의 경우 흉터 자국 최소화로 단일공으로 찾아서 수술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무튼 복강경 수술 하고 나면 ㅈㄴ아프다.
마치 모든 곳에서 충수염은 간단한 수술인 것 마냥, 특히 복강경 수술은 회복 기간이 짧은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진짜 너무 아프다. 오죽하면 출산에서 많이 이용하는 "무통주사"도 제공해준다. 난 통증을 잘 못느끼는 편이긴한데, 진짜 수술이 아팠나보다. 무의식 중에 아픔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었는지 나중에는 윗 입술의 살점이 떨어질 정도로 씹혀있었다;;
단순히 배만 아픈 것이 아니라 온몸이 아프다.
쇄골쪽도 아프고, 목구멍도 아프고, 폐도 아파서 숨도 크게 못쉬었다.
그게 다 이유가 있는게 나중에 알아보니 수술 시에 호흡근도 같이 마비되므로 기관 내 삽관을 통한 인공호흡을 시행하게 된다. 이때 삽입된 이물감이 수술 후에도 하루 넘게 남아있다.
수술 후 2시간 정도 자면 안되는데 보호자를 아무도 부르지 않아서 잠과 싸우느라 곤욕을 치뤘다. (보호자 면회는 코로나 백신 2차까지 맞고 PCR 검사 음성을 받은 후에 가능하다.) 또한 숨을 많이 쉬고 기침을 통해 폐속에 있는 마취가스 등을 배출해야한다고 하지만 기침만하면 배가 진짜 너무 아파서 그냥 서럽다.
수술 당일 날은 열도 많이 나서 39.2도까지 나왔다. 해열 주사를 엉덩이에 맞고 얼음을 양팔에 끼워주셨다... 서러움의 최고봉이었다...;;;
그 이후에도 하루에 몇 번씩 체온과 혈압을 밤낮없이 측정하는데 기초 체온이 높은 편이라서 조금만 열감이 있어도 38도가 되었고 그 때마다 주사를 맞아 열을 떨어트렸다. 아니 되려 낮보다 밤에 링거 갈고 체온/혈압 측정하는 시스템이어서 밤에 제대로 자본 적이 없다 ㅠㅠ 예를 들어 12시에 링거 변경하고 4시에 체온 측정하는 식이다...
▶ 회복 기간
맹장 수술해서 퇴원한 사람에게 방구꼈냐고 물어보지말자.. 방귀 끼기 전까지는 사람 취급안해준다 ㅠㅠ... 그 사람이 퇴원했다는 건 방구도 끼고 밥도 다 먹었다는 것이다.
장난 아니고 방구 안끼면 진짜 물도 안준다... 수술하는 날부터 물을 못먹는데 방구를 보통 24시간안에 낀다고 하더라도 거의 하루하고도 반을 물을 못먹는다...ㅠㅠㅠ
방구를 끼려면 많이 걸어다니라고 하지만 진짜 전신이 너무 아파서 움직이기도 힘든데 무슨,
링거에 무통 주사가 버튼과 함께 달려있는데 소량으로 계속 내 몸에 들어오고 있다고 하셨다. 다만 버튼을 누르면 대량으로 들어오고 가끔 어지러움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많이 아프면 무통 주사 버튼을 누르라고 알려주셨지만, 그냥 싫어서 한 번도 직접 누른적은 없다. 무통주사를 스스로 투여한적 없는 나 같은 경우는 수술 당일날은 화장실에서 소변보는데 힘주기에도 힘들 정도로 너무 힘들었고 다음날부터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다.
수술한 당일 날 (목) 아무것도 못먹고, 다음날 (금) 물 마실 수 있게 되고, 그 다음날 (토) 아침 처음으로 미음이 나왔다. 근데 한 술도 제대로 못떴다. 진짜 걍 있던 입맛도 없어지게 할 비주얼..
메뉴는 미음, 간장, 동치미 국물, 건더기없는 국이었다. 친구한테 장난으로 나 물감먹는다고 헀다. 하루 종일 (아침, 점심, 저녁) 다 미음이었는데 세상에 이렇게 입맛이 없었던 적도 없을 정도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3일차가 되어서야 그디어 죽을 먹게 되었다. 그렇다고 맛있지는 않았다. 이 아침을 마지막으로 퇴원했다. 원래는 2박3일정도로 예상하고 입원했는데 3박 4일을 입원했고, 마지막까지 열이 내리지 않아 퇴원 못할 뻔했다. 실제로 체온이 높다는 것을 어필한 후에야 겨우 퇴원을 할 수 있었다. 일요일이라서 가퇴원(대충 총 금액 계산)만 하고 다시 소독으로 방문했을 때 냈던 금액 취소하고 제대로 된 금액을 다시 지불했다.
수술 자체로만 보면 잘 끝났다. 남들이 놀랄정도로 회복기간이 짧았고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목요일에 수술해서 차주 월요일부터 근무!) 그러나, 수술 후유증을 꽤나 겪고 있는 편이다. 수술한지 10일 정도 되었지만, 주사를 너무 많이 맞은 탓인지, 맞았던 주사 중에 몸에 안맞는 주사가 있는 탓인지, 주사를 맞았던 곳은 빨갛게 부어올라서 간지럽고 입술에도 구내염처럼 염증 반응이 올라왔다. 수술한지 10일 정도 되어서 아직 흉터도 선명하게 남아있어서 볼 때마다 속상하다...ㅠㅠ 회사 사람들이 이럴 떄는 켈로이드성 흉터 관리 연고를 구매해서 바르라고 추천해주셨다. 이제 씻는게 가능해지면서 바르기 시작했다. 흉터 빨리 지워지면 좋겠다. 다행히도 잘 봉합해주셔서 관리만 잘하면 티도 안날 것 같다.
좋은 점을 고르라면 식욕이 없어졌다는 것과 그의 부산물로 살이 빠졌다는 것이다. 근데 운동 못한 덕분에 근육은 다 빠져나갔을 것 같다.... 그냥 건강하게 살 빼자... 아프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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